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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정비, 절반은 해외 외주…지난해 중국·싱가포르로 1.2조원 나갔다

작성자
항공정비학과
작성일
2020-10-13 08:14
조회
403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20/10/12/2020101202427.html?form=MY01SV&OCID=MY01SV

항공기 정비, 절반은 해외 외주…지난해 중국·싱가포르로 1.2조원 나갔다

국내 항공사들이 지난해 항공기 정비(MRO) 물량의 절반 가까이 해외에 외주준 것으로 확인됐다. 작년 지출 금액만 1조2000억원이 넘는다. 글로벌 MRO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국내 업체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해외로 비용이 유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국토교통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항공사들은 정비 비용으로 총 2조7621억원을 지출했다. 이 가운데 중국, 대만, 싱가포르 등 해외에 지출한 금액은 1조2580억원이다. 전체 비용의 46%에 달하는 규모다. 가장 지출액이 큰 정비 분야는 엔진으로 전체 정비비의 56%에 달하는 1조1253억원 어치를 해외 정비 업체에 맡겼다. 기체 정비와 운항 정비도 각각 869억원(36%), 458억원(9%)씩 차지했다.

그래픽=박길우

해외 항공 정비 의존도가 높다는 문제는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다. 2018년에는 항공사들은 전체 정비비의 54%에 달하는 1조3796억원을 해외 업체에 지출했다. 2017년에도 1조1733억원(51%)을 지출했다. 그나마 2018년 6월 경남 사천에 항공 정비 전문업체 한국항공서비스주식회사(KAEMS)가 생기면서 해외 의존도가 줄었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여전히 전체 정비 물량의 절반 가까이 해외 업체에 맡기는 이유는 국내에 마땅히 정비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등 대형항공사(FSC)는 자체 정비 시설과 인력을 갖추고 있지만, 수리가 가능한 기종이 제한돼 있다.

항공 정비를 위해선 기종별로 미국 연방항공청(FAA)과 유럽항공안전청(EASA) 등의 자격증을 받아야 하는데, 모든 기종의 정비 자격증을 갖고 있기엔 인력, 인프라가 부족하다. 자격증이 없는 기종은 결국 해외 업체에 맡길 수밖에 없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엔진과 부품 일부는 해외에 외주를 주고, 아시아나항공은 기체 정비 외엔 대부분 해외 외주 정비를 수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저비용항공사(LCC)는 해외 업체 정비 의존도가 더 높다. 독자적인 항공 정비 인프라와 능력이 부족한 탓이다. 문제는 갑작스럽게 항공 정비를 받아야 하는 경우 품질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지역에서 정비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인건비가 저렴한 몽골에 항공 정비를 맡기는 경우도 발생한다.경남 사천의 한국항공서비스주식회사(KAEMS) 소속 정비사들이 B737 항공기를 정비하고 있다.경남 사천의 한국항공서비스주식회사(KAEMS) 소속 정비사들이 B737 항공기를 정비하고 있다.

국내에 제대로 된 항공 정비 인프라가 부족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항공사 사장 출신 한 관계자는 "B747 항공기 기준 매년 80대 이상을 정비해야 손익분기점을 넘기는데, 국내에는 이를 정비할 기술과 인프라가 없어 수요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국내 최대 공항인 인천공항에서조차 정비 서비스를 받을 수 없으니 국내 항공 정비 시장이 성장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기 정비(Maintenance), 수리(Repair), 분해점검(Overhaul) 등을 통칭하는 MRO의 시장 규모는 매년 커지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글로벌 MRO 시장 규모는 약 89조원에 달한다. 매년 연평균 3.5%의 성장세를 보이는데, 오는 2028년까지 132조원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그러나 커지는 시장 규모에 비해 국내 MRO 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국내 MRO 사업이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5%에 불과하다. 미국과 유럽이 전체 시장의 62%, 다른 아시아 국가들은 21%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일각에선 국제선의 75%가 집중된 인천국제공항을 중심으로 MRO 클러스트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들은 KAEMS가 있는 경남 사천은 활주로가 짧아 중대형 민항기 이착륙이 어려울뿐더러 정비를 위해 인천국제공항에서 사천공항으로 이동할 항공사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인천공항은 추가 이동이나 시간 제약없이 가장 효율적으로 정비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인천국제공항 계류장.

그러나 KAEMS를 중심으로 이미 사천에 항공 클러스트가 조성돼 있다는 점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반박도 나온다. 자칫 중복 투자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천에는 한국항공우주(KAI)를 비롯해 보잉과 에어버스 등에 주요 항공 부품을 제조·납품하는 업체 50여 곳이 모여있다. 정비 과정에서 필요한 부품을 사천 내부에서 조기에 조달할 수 있는 생태계가 구축돼 있다는 뜻이다. 수도권에 비해 인건비가 저렴하고, 항공 전문 인력들도 산업단지에 모여있다는 강점도 있다.

허희영 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결국 모든 문제의 원인은 수요자 중심의 MRO 시장이 국내에 없기 때문"이라며 "해외 업체에 정비 수요를 뺏기지 않도록 정부 차원에서 이번 기회에 국내 MRO 산업 방향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